4인 4색 미래의 작창을 만나다 <국립창극단 작창가 프로젝트 시연회>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겸 단장 유은선)이 12월 8일(금)과 9일(토) 양일간 하늘극장에서 <국립창극단 작창가 프로젝트 시연회>를 연다. ‘작창가 프로젝트’는 국립창극단이 차세대 작창가를 발굴하고 성장 발판을 제공하기 위해 2022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시연회에서는 2023년 선발된 신진 작창가 이연주‧이봉근‧강나현‧신한별이 지난 10개월 간 이뤄낸 창작 결과물을 공개한다. 

국립창극단은 판소리가 중심이 되는 창극에서 ‘작창’의 중요성에 주목해 ‘작창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작창(作唱)’은 한국 전통음악의 다양한 장단과 음계를 활용해 극의 흐름에 맞게 소리를 짜는 작업으로, 작품 전반의 정서를 이끄는 핵심 요소이자 창극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다. 지난 10년 사이 그리스 비극·중국 경극·웹툰 등 창작 소재를 확장하며 창극의 대중화를 이끌어 온 국립창극단에게 이 시대 관객과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차세대 작창가 발굴과 양성은 절실한 과제였다. 판소리에 대한 동시대적 방향성 아래, 이야기 흐름을 판소리 적으로 구성하고 다채로운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전통 판소리 다섯 바탕은 물론 민요‧정가‧굿 음악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소리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이처럼 작창은 전문적인 분야임에도 정규 교육 과정이 전혀 없는 현실에서, 국립창극단은 지속 가능한 창극 창작 환경을 만들고 나아가 장르의 저변을 넓히고자 ‘작창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2023년 첫 번째 운영을 통해 4명의 작창가가 각각 30여 분의 작품을 선보인 결과, “미래 창극의 가능성 발견” “신선하고 기발한 도전과 실험” 등의 평을 받았다. 관객 만족도가 높았던 <옹처>와 <덴동어미 화전가>는 각각 70분 분량의 정규 작품으로 확장·발전시켜 2024년 12월 선보일 예정이다.


국립창극단은 ‘작창가 프로젝트’ 1기의 성과에 힘입어 올해 2월, 작창 창작물 심사와 면접을 거쳐 4명의 신진 작창가 이연주·이봉근․강나현․신한별을 선발했다. 선발된 작창가들은 10개월 간 창작 워크숍부터 소재 개발, 멘토링, 전속단체와의 협업 등 단계별 작품 제작 과정에 참여하며 현장 전반에 대한 이해와 창작 역량을 길렀다. 멘토로는 지난해 참여했던 5명의 예술가 안숙선·한승석·이자람(작창), 고선웅·배삼식(극본)이 함께했다. 6월까지는 고선웅·배삼식을 주축으로 작창의 기초가 되는 극본에 대한 멘토링을 진행했고, 7월부터는 본격적인 작창 멘토링이 이뤄졌다. 한승석과 이자람은 대본에 담긴 상황과 정서를 장단(리듬)‧길(음계)‧성음(악상)을 활용해 적절하게 표현하는 실질적인 작창 노하우를 전수했다. 

작창의 바탕이 되는 대본도 새롭게 탄생했다. 국립창극단은 탄탄한 대본을 집필해줄 4명의 중진 작가 이철희·김도영·진주·윤미현을 선정하고, 신진 작창가들과 1:1로 팀을 이뤄 협업하도록 했다. 작가와 작창가로 조합된 4팀은 동서양의 동화와 설화 등을 소재로 삼아 오늘날에 맞는 이야기로 각색했다. ▲이연주․이철희는 동명 동화를 현대판으로 각색한 <금도끼 은도끼>를 선보인다. 치열하게 살아도 인생 한방에 뒤처지고 매사 제자리뿐인 삶을 자탄하고 비정한 사회를 해학적으로 비판한다. ▲이봉근․김도영은 그리스 신화 ‘메두사’를 <두메>로 새롭게 풀어낸다. 겉으로는 험악하지만, 알고 보면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인생을 사는 ‘두메’의 여정을 조명한다. ▲강나현․진주는 안데르센의 동명 동화를 재구성해 <눈의 여왕>을 공연한다. 친구를 찾아 떠난 ‘겔다’의 여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방식’과 우리에게 ‘영원한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한다. ▲신한별․윤미현은 전래동화 ‘도깨비감투’의 스핀오프 격인 <도깨비 쫄쫄이 댄스복 아줌마!>를 보여준다. 쓰기만 하면 투명인간이 된다는 감투를 쫄쫄이 댄스복으로 개조해 입고 한바탕 일을 벌이는 아줌마를 통해 인간이 지닌 욕망의 부질없음을 지적한다.  

<국립창극단 작창가 프로젝트 시연회>에서는 작창가와 작가로 조합된 4팀의 작품을 연이어 선보인다. 각 작품은 약 30분 분량으로, 작품별로 캐스팅된 국립창극단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4
4색 미래의 작창을 만나다  <국립창극단 작창가 프로젝트 시연회> 


이 금도끼·은도끼가 네 도끼냐?” 

작창가 이연주

작가 이철희

원작 금도끼 은도끼’(번안 동화)

출연진

나무꾼 이소연, 신령 최용석, 나무 이시웅, 바람 김우정, 김기진

조용수, 타악 전계열, 가야금 윤소현(객원), 피리/생황 곽재혁(객원)

한 나무꾼이 산에서 나무를 하다 실수로 도끼를 연못에 빠뜨리고 말았다. 어쩔 도리가 없어 울고 있는데, 연못에서 신령이 나타나 금도끼·은도끼를 차례로 보여주며 “이것이 네 것이냐”고 묻는다. “제 도끼는 쇠도끼”라고 정직하게 대답한 착한 나무꾼은 세 가지 도끼를 모두 얻게 된다. 이후, 윗마을에 사는 욕심쟁이 나무꾼이 이 소문을 듣고는 일부러 도끼를 연못에 빠뜨려 버린다. 신령은 욕심쟁이 나무꾼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지지만, 정직하지 못했던 그는 쇠도끼마저도 잃고 만다.  

작창가 이연주와 극작가 이철희의 <금도끼 은도끼>는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현대판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이 설화의 원제는 <나무꾼과 헤르메스>로, 고대 그리스의 아이소포스가 지은『이솝우화』에 수록된 전래동화다. 1900년대 초 한국에 처음 소개된 후, 여러 번역과 각색을 거쳐 한국적 이야기로 정착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헤르메스’가 ‘산신령’으로 바뀌었으나 정직해야 한다는 주제는 동일하다. 물질에 대한 집착과 무분별한 탐욕으로 인간성을 잃어버리지 말자는 메시지는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특히, 모든 것을 편리하게 취할 수 있고 정직한 땀이 오히려 어리석은 수고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금도끼 은도끼>는 판소리의 미덕인 해학과 풍자, 우리말의 묘미가 잘 살아 있는 작품이다. “네 것 아닌 것도 내 것이고 내 것도 내 것이라, 여기는 동시대성 갖춘 사람 여기 있네” “성실은 비트코인  한방 앞에 먼지요”와 같이 이철희 작가 특유의 공감과 웃음을 끌어내는 재치 있는 대사들이 빠른 속도감으로 이어진다. 작창가 이연주는 판소리 장단과 말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전통 판소리의 기법과 시김새를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했다. 이야기가 잘 전달될 수 있는 편안하고 재미있는 소리, 말맛과 어우러지는 풍부한 리듬감의 작창과 음악을 선보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두메가 떠났다네, 이 동굴 밖으로!”       

                             

작창가 이봉근

작가 김도영

원작 메두사(그리스 신화)

출연진

두메 민은경, 박성우, 코러스 최호성·박경민

피아노 Andy Kim(객원), 기타 정재욱(객원), 드럼 김성화(객원),

타악 박범태(객원)  

작창가 이봉근과 극작가 김도영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인 ‘메두사’를 소재로 한 창작 소품 <두메>를 선보인다. ‘메두사’는 바다의 신 아버지와 고래의 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세 자매 중 한 명이다. 머리카락이 뱀으로 되어 있는 ‘메두사’는 얼굴이 너무나 흉측하고 무섭게 생긴 나머지 그 얼굴을 본 사람들 모두를 돌로 변하게 한다는 사연을 지니고 있다. 

극작가 김도영은 <두메>를 통해 그리스 신화를 한국적으로 각색하고, 악인으로만 치부되었던 여성 서사를 재해석하고자 했다. 겉으로는 험악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메두사의 인생을 새롭게 그린다. 이 작품의 주인공 ‘두메’는 유쾌하고 발랄하며 적극적이다. 사람을 돌로 만드는 죄로 인해 악귀로 낙인 찍혀 동굴에 갇혀 살아가면서도 사람을 그리워하고, 우연히 동굴로 들어온 사람들과 눈을 마주쳐 돌로 만들고 말았을 때는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작품은 미동 없는 돌사람들과 사는 일상에 지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두메’가 천으로 눈을 가리고 절대 눈을 뜨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동굴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동굴을 떠난 두메를 죽이기 위해 살수 ‘페’가 그녀의 뒤를 쫓기 시작하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도영 작가는 “시연회에서 주어진 30분 분량으로 맞추기 위해 서사의 결말을 완성하지 못해서 아쉽다”라며 “이번 ‘작창가 프로젝트’가 작품 발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어 온전한 이야기로 확장·개발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작창가 이봉근은 “빠른 서사 전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주인공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극적인 음악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라고 밝혔다. 전통 소리를 기반으로 하되, 피아노와 기타·드럼·타악 등 서양악기를 활용해 극적 정서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신비로운 여인 ‘두메’ 역은 당차고 옹골찬 소리를 자랑하는 국립창극단 주역 배우 민은경이, 그녀를 쫓는 ‘페’ 역은 박성우가 맡는다. 선 굵은 연기를 선보여온 최호성과 지난 10월 입단한 신입단원 박경민이 코러스 역할로 함께한다. 

너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의 너를 보고 싶어

작창가 강나현

작가 진주

원작 눈의 여왕(안데르센 동화)

출연진

겔다 왕윤정, 카이 김수인, 눈의여왕 외 허애선, 까마귀 외 이성현,

산적딸 외 한아윤

거문고 최영훈, 가야금 황소라, /장고/퍼커션 박찬희 외

작창가 강나현과 극작가 진주가 선보이는 <눈의 여왕>은 덴마크 작가 한스 안데르센이 1845년 발표한 동명의 창작 동화를 원작으로 한다. 다음 해에 피어날 장미를 기다리며 사랑을 속삭이는 ‘카이’와 ‘겔다’는 서로에게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다. 어느 날, ‘카이’의 눈에 세상을 일그러지게 보이도록 만드는 악마의 거울 조각이 박힌다. 마음이 차갑게 변하기 시작한 ‘카이’는 눈의 여왕’과 사라져버리고 ‘겔다’는 그를 찾아 멀고 험난한 모험을 떠난다. 

극작가 진주는 원작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과 에피소드 중에서 일부를 선택해 재구성했다. 원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원작이 품은 다양한 주제의식 중에서도 지금 우리에게 와 닿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각색한 것이 특징이다. 작창가와 작가는 각색을 위해 원작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사랑의 방식’ ‘영원’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눈의 여왕>에서 ‘겔다’가 모험 중에 만나는 인물들은 이기적이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그녀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겔다’는 변해버린 ‘카이’에게 등을 돌리기보다는 진실하고 따뜻한 사랑을 보여줘 그에게 박혀 있던 거울 조각마저 녹아내리게 만든다. 작품은 다양한 등장인물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이와 동시에 극중에서 ‘눈의 여왕’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영원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작창가 강나현은 화려한 악기 사용은 지양하고, 소리꾼 고유의 목소리만으로도 이야기 전달이 될 수 있는 작창을 선보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창극 <정년이>에서 ‘허영서’ 역으로 주목받은 신예 왕윤정이 ‘겔다’를, 최근 JTBC 음악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4>에 출연해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여준 김수인이 ‘카이’를 연기한다. 여기에 중견 배우 허애선과 신입 단원 이성현, 인턴 단원 한아윤이 다양한 역할로 합세해 입체감을 더한다.  

이 마누래야, 투명 인간이 기래 좋나?”


작창가
신한별

작가 윤미현

원작 도깨비감투(전래동화)

출연진

사춘기도깨비 조유아, 감투아저씨 유태평양, 쫄쫄이아줌마 서정금,

동네사람 김미진·김유경

가야금 황소라, 태평소 이성도, 일렉기타 최보성 외 

작창가 신한별과 극작가 윤미현은 ‘도깨비감투’라는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창작 <도깨비 쫄쫄이 댄스복 아줌마!>를 창작했다. ‘도깨비감투’의 내용은 이러하다. 삶이 팍팍했던 아저씨는 머리에 쓰기만 하면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도깨비감투를 우연히 얻게 되고, 감투를 이용해 시장에서 음식과 엽전도 잔뜩 훔쳐온다. 어느 날, 도깨비감투에 불이 붙어 구멍이 나자, 아내는 그 부분을 빨간 천으로 기워주었고 아저씨는 다시 감투를 쓰고 물건을 훔치러 다닌다. 이후, 빨간 천 조각이 지나가면 물건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에 의해 정체가 밝혀져 벌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친숙한 전래동화가 현대판 스핀오프로 탄생한다. <도깨비 쫄쫄이 댄스복 아줌마!>는 구멍이 난 도깨비감투를 손에 쥐게 된 아줌마의 시선에서 새롭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무의식 속에 자신의 감춰진 욕망을 알게 된 아줌마는 도깨비감투를 가지고 도망칠 궁리를 한다. 절대 그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도깨비감투를 몸에 꽉 맞는 ‘쫄쫄이 댄스복’으로 만들어 입고 일을 벌이는 아줌마를 통해 인간이 지닌 욕망의 민낯을 따라간다.  

극작가 윤미현은 “신통한 능력을 지닌 도깨비감투를 가지고 탐관오리를 혼낸다거나 정의로운 일을 펼치는 영웅담보다는 전형적인 보통 사람들의 솔직한 욕망을 그려보고 싶었다”라며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지나친 욕심으로 서서히 무너지는 인간의 면모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작창을 맡은 신한별은 대본에 담긴 쫀득한 언어를 생동감 넘치는 소리로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신한별 작창가는 “각 캐릭터를 대표하는 선율, 관객이 함께 부를 수 있는 판소리 ‘후크(hook)’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립창극단에서 통통 튀는 역할로 관객을 사로잡은 조유아가 ‘사춘기도깨비’ 역을 맡고, 유태평양과 서정금은 각각 ‘감투아저씨’와 ‘쫄쫄이 아줌마’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온몸이 들썩거리는 시원한 소리와 익살스러운 연기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중견배우 김미진과 김유경은 동네 아줌마들로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충청권 대표 청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구글플러스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