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은 12월 29일(금)부터 12월 31일(일)까지 <세종의 노래 : 월인천강지곡>을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한국 공연예술의 비약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한 국립극장 남산 이전 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대형 칸타타(교성곡)로, 각 분야 최고 거장인 작곡가 겸 지휘자 박범훈, 연출가 손진책, 안무가 국수호가 의기투합한다. 세종이 직접 지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을 바탕으로 한 이번 공연에는 3개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과 서양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총 313명 출연진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장이 남산 시대를 연 지 5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세종의 노래 : 월인천강지곡>을 선보인다. 1950년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부민관(현 서울특별시의회 의사당) 자리에 창립된 국립극장은 대구‧명동을 거쳐 1973년 10월 17일 남산 장충동으로 터를 옮겨 개관했다. 국립극장 남산 이전은 안정적인 공연장과 연습 공간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고, 분야별 국립예술단체의 태동과 완성도 높은 공연예술 작품의 탄생까지 이끌었다. <세종의 노래 : 월인천강지곡>은 국립극장이 한국 공연예술계의 창의적 협업의 중심으로서 자리매김하기까지 지난 50년을 돌아보며 준비한 무대다.
기념작인 만큼 한국 공연예술계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세 거장, 작곡가 겸 지휘자 박범훈, 연출가 손진책, 안무가 국수호가 제작진으로 나선다. 작품의 중심은 박범훈이 2년에 걸쳐 작곡한 미발표곡 ‘월인천강지곡’이다. 독창·중창·합창과 동서양의 관현악이 결합한 칸타타(교성곡)로, 서곡과 8개 악장으로 구성된다. 초연의 지휘는 작곡가 박범훈이 직접 맡는다. 작품의 극적인 선율을 끌어내 경건하면서도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연출가 손진책이 극 공연 못지않은 무대·영상·조명·의상 등을 조화롭게 펼쳐내는 가운데 안무가 국수호가 완성한 다채로운 움직임까지 더해져 통념을 깨는 현대적인 무대를 완성한다. 국악관현악단과 서양 오케스트라가 합쳐진 관현악단 97명을 중심으로 합창단 174명, 창극단 11명, 무용단 31명 등 출연자만 313명에 달하는 초대형 무대가 될 예정이다.
작품은 567년 전 세종대왕이 직접 쓴 『월인천강지곡』을 바탕으로 한다. ‘마치 달이 천 개의 강에 비추는 것과 같다’라는 의미를 지닌 『월인천강지곡』은 세종이 먼저 떠난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한글로 지은 찬불가로, 석가모니의 전 생애를 담고 있다. 훈민정음 창제 직후인 가장 이른 시기에 활자로 간행됐다는 점에서 초기 국어학과 출판인쇄 역사에서 사료적 가치가 커 국보로 지정됐다. 제작진은 월인천강지곡에 녹아든 군주로서의 외로움과 지아비로서의 지고지순한 순정, 한글이 만백성에게 전파되기를 바란 마음에 주목, ‘사랑’과 ‘화합’에 방점을 찍는다. 현재도 유효한 보편적 가치를 전하기 위해 노랫말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작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는 박해진이 작사를 맡아 원문의 ‘도솔래의’를 ‘흰 코끼리 타고 오신 세존’으로 풀어쓰는 등 지금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쉬운 노랫말로 만들었다. 연출을 맡은 손진책은 “600여 년 전 노래가 동시대 관객에게 와 닿게 하고, 칸타타이지만 총체성을 띤 무대로 지금껏 보지 못한 신선한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세존(석가모니의 다른 이름)과 소헌왕후 역은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김준수와 이소연이 각각 맡았다. 이외에도 세종 역의 김수인을 비롯해 민은경‧유태평양 등 창극단 주역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다양한 인물을 노래한다. 30여 명의 국립무용단원은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는 분신으로서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관객의 몰입을 높인다. 세종이 그러했듯, 달빛이 모든 이에게 비추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세종의 노래 : 월인천강지곡>으로 한 해를 뜻깊게 마무리해 보자.
올 연말 모두를 비추는 대형 칸타타
<세종의 노래 : 월인천강지곡>
◈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 포함 313명 예술가 무대 올라
- 한국 공연예술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끈 국립극장 남산 이전 50주년 기념작
◈ 국립극장 남산 시대의 시작을 함께한 세 거장의 의기투합
- 작곡가 겸 지휘자 박범훈, 연출가 손진책, 안무가 국수호의 신작
◈ 세종이 직접 쓴 우리말 노래 『월인천강지곡』, 칸타타로 재탄생
-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 전해
3개 전속단체 포함 313명 예술가가 이뤄낸 조화의 무대
창의적 협업의 중심지로서 국립극장의 위상이 돋보이는 대작
2023년은 국립극장이 남산 장충동으로 터를 옮긴지 50년이 되는 해다. 1950년 설립된 국립극장의 남산 이전은 한국 공연예술사에서 역사적인 사건 중 하나다. 1973년 10월 17일, 국립극장은 남산에 새롭게 개관하면서 공연장과 연습실, 행정 시설, 무대 제작소까지 갖춰 국내 유일의 제작극장으로서 기반을 마련했고, 국립예술단체들은 창작활동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오케스트라 피트와 회전무대, 승강무대 등이 설치돼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연출이 가능해졌고, 분야별 예술단체가 한자리에 모이면서 창작의 산실이자 한국 공연예술계의 상징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오는 12월, 국립극장은 남산 이전 50주년을 기념해 <세종의 노래 : 월인천강지곡>을 선보인다.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 3개 전속단체를 포함해 서양 오케스트라, 합창단까지 313명의 예술가가 화합을 이루는 대형 작품으로, 창의적 협업의 중심지로서 국립극장의 역할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3개 전속단체는 전 세계가 열광하는 K-컬처의 원류이자, 산파로서 국립예술단체의 기량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각오다. 민간 예술단체의 참여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양 오케스트라 랑코르 캄머 필하모닉이 참여해 동서양 악기의 조화를 만들어 내고, 메트합창단과 불음꽃 합창단, 슈리말라 합창단, 상월청년 합창단 등이 함께 무대에 올라 화합과 협업의 정점을 보여준다.
작품의 중심은 박범훈이 2년에 걸쳐 작곡했던 미발표곡 ‘월인천강지곡’을 재구성한 칸타타(교성곡)다. 칸타타(cantata)는 서사적 가사를 바탕으로 한 여러 악장의 성악곡으로, 기악 반주와 독창‧중창‧합창으로 이루어진다. 박범훈은 칸타타 ‘월인천강지곡’을 서곡과 8개 악장으로 구성했다. 기악 반주는 국악기 위주로 편성하되 부족한 소리는 서양 악기로 채워 풍성하게 만들었다. 박범훈 특유의 이야기가 생생히 그려지는 극적인 선율이 돋보인다. 가야금·거문고·대금·피리·해금·태평소 등으로 구성된 63명의 국악관현악단과 바이올린·비올라·콘트라베이스·트럼펫·호른 등으로 이루어진 34명의 서양 오케스트라, 174명의 합창단이 만나 동서양의 경계를 넘어선 조화로운 음악을 완성한다.
국악관현악단과 서양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져 연주하는 웅장한 분위기의 음악을 중심으로 국립창극단 배우들이 세존과 소헌왕후, 세종 등을 맡아 탄탄한 연기와 노래로 서사를 이끈다. 창법과 곡 해석 등 노래 지도는 박범훈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김성녀가 맡았다. 국립무용단은 독무·3인무·6인무·군무 등의 다채로운 움직임으로 극적 몰입을 끌어올린다. 배역의 분신처럼 따라붙어 내면을 표현하는 무용수의 춤 또한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악가무가 한데 어우러진 <세종의 노래 : 월인천강지곡>은 총 313명의 출연진이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에너지를 선사할 것이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손진책은 “단순한 국악 콘서트가 아닌 ‘씨어트리컬콘서트 Theatrical concert)’로 꾸미기 위해 어떻게 총체성을 띤 무대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며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박범훈·손진책·국수호 “실험과 도전은 계속된다”
국립극장 남산 시대의 서막을 연 세 거장의 의기투합
국립극장 <세종의 노래 : 월인천강지곡>을 위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세 명의 거장, 작곡가 겸 지휘자 박범훈, 연출가 손진책, 안무가 국수호가 의기투합한다. 한국 공연예술계의 살아 있는 역사인 세 사람은 국립극장 남산 시대를 함께 열었던 장본인들이다.
작품의 작곡과 지휘를 맡은 박범훈은 한국음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명동 국립극장 시절 송범의 무용극 <사의 승무>(1976)를 작곡하여 무용 음악계에 데뷔한 후, 1987년 한국 최초의 민간 국악관현악단인 중앙관현악단을 창단했고, 1995년부터 5년간 국립국악관현악단 초대 단장을 역임했다. 1973년 국립극장 남산 이전 당시, 개관기념 작품 중 하나인 국립무용단 <별의 전설>(1973, 안무 송범)에서 26세의 나이로 작곡을 맡아 공연계 안팎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의 주역 무용수이자, 유일한 남자 무용수로 활약한 이가 안무가 국수호다. 당시 국립무용단의 제1호 남자 무용수이자 주역으로 활약했던 국수호는 이후, 1996년부터 4년간 국립무용단 단장을 지내기도 했다. 연출가 손진책은 첫 개관작인 <성웅 이순신>(1973, 원작 이재현, 연출 허규)에서 조연출로 참여했다. 손진책은 한국적 정체성이 담긴 새로운 공연 장르인 마당놀이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2010년부터 3년간 재단법인 국립극단의 초대 예술감독을 맡았다. 그가 참여했던 <성웅 이순신>은 영웅 이순신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국립극단‧국립합창단 등 240명이 출연한 총체극이다. 당시 한국 연극사상 최대 규모의 공연이자 회전무대와 좌우 이동무대 등 최신 무대장치를 활용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국립극장 남산 시대의 시작을 함께했던 박범훈‧손진책‧국수호는 빛나는 신인이자, 떠오르는 예술가로서 기반을 다졌던 국립극장의 지난 50년을 돌아보며 대작을 선보인다. 무수한 실험과 도전으로 대한민국 공연예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온 세 거장의 무대는 마치 천 개의 강에 비추는 달과 같이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세종이 직접 쓴 최초의 우리말 노래 ‘월인천강지곡’
대규모 칸타타로 재탄생한, 세종이 부르는 노래
567년 전인 1447년(세종 29년)경에 세종이 지은 노래 『월인천강지곡』이 2023년 ‘세종이 부르는 노래’로 다시 태어난다. 세종대왕은 소헌왕후가 먼저 떠나자, 아내의 명복을 빌기 위해 아들 수양대군에게 석가모니의 생애를 담은 『석보상절』을 쓰게 했고, 이를 토대로 지은 노래가 『월인천강지곡』이다. ‘마치 달이 천 개의 강에 비추는 것과 같다’라는 의미를 담은 『월인천강지곡』은 석가의 탄생부터 성장 과정, 불도를 깨우치기까지 등의 일대기를 장장 538장으로 기록한 찬불가이자 국문 서사시다. 훈민정음 창제 직후 지어진 가사이기에 훈민정음의 음운 법칙, 음절 구성 등이 거의 그대로 반영돼 있어 한글 창제의 이념을 잘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처음 금속활자로 간행된 한글 문헌이라는 점에서 초기 국어학과 출판인쇄 역사에서 사료적 가치가 커 2017년 국보로 지정됐다.
박범훈은 세종이 쓴 『월인천강지곡』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가미해 세종이 부르는 노래로 재구성, 대형 칸타타를 완성했다. 박범훈은 작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는 박해진과 오랜 시간에 걸쳐 석가모니의 전 생애를 담고 있는 대서사시를 압축한 후, 작사에 맞춰 곡을 썼다. 박 작곡가는 “칸타타(교성곡)를 포함해 수많은 창작곡을 써왔지만,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공들인 작품이다”라며 “특히, 가사의 내용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랫말이 품은 뜻과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숱한 가사 수정과 편곡 작업을 거쳤다”라고 전했다.
박범훈과 노랫말 작업을 함께한 박해진이 작사를 맡아 공연에 맞게 전반적으로 수정했다. 세존이 태어나 열반에 오르는 과정을 그린 팔상도(八相圖)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 단계 나누어 묘사한 그림.
에서 ‘도솔래의’를 ‘흰 코끼리 타고 오신 세존’으로, ‘쌍림열반’은 ‘세존, 열반에 들다’로 풀어쓰는 등 지금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쉬운 노랫말로 만들었다. 또한, 에필로그와 프롤로그를 넣어 작품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세종의 노래 : 월인천강지곡>은 군주로서의 외로움과 지아비로서의 지고지순한 순정, 한글이 만백성에게 제대로 전파되길 바라던 마음이 담긴 노래를 통해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은 “일천 강에 달이 뜨네, 오늘의 달이 뜨네. 아 아름다움이여 일천 강에 뜨는 달이여. 달이 뜨네, 달이 뜨네. 오늘의 달이 뜨네”라는 가사처럼 사랑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며, 우리 모두에게 가닿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나라 안의 벽을 없애려는 강인한 의지와 사랑을 보였던 세종과 같이 달빛이 어디에서나 비추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월인천강지곡을 노래하며 따뜻하고 깊은 울림을 전한다.
통념을 깨는 칸타타, 현대적인 무대‧영상‧의상 어우러져
거대한 무대 위 화려한 빌딩 숲과 오늘을 비추는 달
<세종의 노래 : 월인천강지곡>의 무대는 뮤지컬 <영웅><서편제><명성황후>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 등 다양한 작품에서 뛰어난 미적 감각과 남다른 직관으로 공간을 구현해 온 무대디자이너 박동우가 맡았다. 그는 한정적인 공간에 300여 명의 출연진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게 치밀한 계산 하에 무대 구조를 설계했다. ‘월인천강지곡’의 의미를 담아 달을 상징화한 거대한 원형의 경사무대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을 가득 채운다. 원형 무대의 중앙에는 관현악단이 자리하고, 원을 둘러싼 띠 모양의 무대 위에서 배우와 무용수들이 한데 섞여 서사를 이어간다. 그 뒤로 합창단과 빌딩 숲을 연상케 하는 직사각형의 구조물과 어지러운 불빛이 가득하게 들어서 현대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외에도 의상‧장신구디자이너 진영진, 조명디자이너 김창기, 영상디자이너 이지송, 소품디자이너 김상희 등이 참여해 기존의 음악 공연과 차별화된 미장센을 만들어 낼 예정이다. 작품이 전개되면서 시시각각 변모하는 무대 위 화려한 영상과 감각적인 의상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세존(석가모니의 다른 이름)과 소헌왕후, 세종을 맡은 배우들은 조선 시대를 드러내는 의상을 입지 않는다. 의상은 주름이 가공된 현대적인 의상을 기본으로 캐릭터마다 다른 색상과 디자인의 겉옷으로 변화를 줄 계획이다. 영상으로 우리 모두를 비추는 환한 달을 투사하며, 실시간 중계 등을 활용해 현장성을 강조하고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연출가 손진책은 “공연을 보는 관객이 황홀해할 수 있도록 기존의 통념을 전부 깨는 것이 연출의 핵심이다”라며 “칸타타이지만, 풍성한 무대 효과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신선한 작품의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