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으로 치닫는 갈등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엄중하게 사태를 직시하면서, 진지하게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대한변협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는 단체로서,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의 위기 사태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그 해소를 위한 제언을 하는 바이다.
2. 의사들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단체를 구성하여 개인과 단체의 이익 증진을 위해 노력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와 국가가 존중하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의사들의 행동이 목소리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 진료라는 직업상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이는 헌법상 건강권, 생명권 및 행복추구권이라는 국민의 기본권과 조화될 수 없을 것이다. 헌법 제36조 제3항에서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보건에 관한 국가의 의무규정인 동시에 보건에 관한 국민의 권리이다. 건강 및 생존에 관한 권리는 한 개인이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전제조건일 뿐만 아니라, 행복 그 자체이자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
의료법은 그 목적을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사를 첫 번째 의료인으로 두고, 의사 이외의 사람들이 무면허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를 엄격히 규제함으로써, 의사에게 중요 의료행위의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다. 의사에게 이러한 특권이 부여되는 한편 헌법 제36조 제3항과의 관계에서는 그러한 특권도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라는 국가적 의무의 제한을 받는다.
3. 한편, 정부도 의료계의 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여 일반 국민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의료계를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의료계 파업과 그로 인한 일반 국민의 피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정부의 이번 정책 추진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의료계의 해묵은 과제들에 대하여 그 당사자인 의료계와 심도 있는 논의를 하여 이번 개혁안이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반성이 필요하다.
4. 그러함에도 이번 사태의 최종적인 피해자가 일반 국민이 되고, 그 피해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한다. 특히 중환자와 응급환자에 대한 치료 및 수술의 공백이 발생하여서는 안 되고, 그러한 치료 행위가 가능한 필수 인력은 현장에 유지되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 의료 공백이 없는 상태에서도 의료개혁에 대한 당사자들의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될 수 있다. 의료계가 끝까지 의료현장을 지키려는 노력을 다하는 가운데,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료개혁을 위한 협의에 진지하게 임하여 합리적인 의료개혁 정책을 새롭게 도출해내야만 의료 위기 사태가 해결될 것이다.
5. 대한변협은 정부와 의사단체의 협의를 본격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중립적인 제3자의 주관하에 정부·의협·전공의 등 당사자들이 의사증원을 포함한 여러 보건정책상 쟁점에 대한 모든 이슈를 포괄하여 각자의 정책과 행동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토론하는 자리를 가능한 가장 빠른 일정을 정하여 가질 것을 제안한다. 그 자리에서, 각 주장의 논리적·법리적 이슈를 정리하고 절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갈등을 풀어내고 합리적인 의료개혁 정책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의 파국은 안 된다. 이제 갈등을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대한변협의 토론회 제안에 정부와 의사단체들 모두 참여하여 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한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의료개혁을 위한 협의에 진지하게 임하고, 의사들은 의료현장에 시급히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