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잠들어있던 위선자의 대명사,파테 라이브<타르튀프>
파테 라이브 <타르튀프>는 프랑스 국립극단인 코메디 프랑세즈와 세계적인 연출가 이보 반 호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2022년 몰리에르 탄생 400주년을 기념해 1664년 초연 이후 역사 속에서 사라진『타르튀프』 오리지널 버전을 복원해 선보였다. 지난해 9월 국립극장 첫 상영 당시 감각적인 연출과 세련된 무대 미학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아 반년 만에 재상영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 몰리에르의 희곡『타르튀프』는 고난과 영광을 동시에 겪은 작가의 생애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1664년 베르사유 궁전 초연 직후 종교인의 부패와 위선을 대담하게 비판한 작품에 당시 교회와 성직자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고, 루이 14세에 의해 공연이 금지됐다. 검열을 피해 1669년 5막으로 재구성하고 결말을 바꾼 수정본이 대성공을 거두며 몰리에르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에서는 작품의 제목이자 주인공 이름인 ‘타르튀프’가 위선자라는 뜻의 일반명사로 사용될 정도로 오늘날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익숙한 이야기를 도전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독보적인 연출가 이보 반 호프는 역사상 단 한 번 공연된 원작에 주목, 역사가 조르주 포레스티에가 연구·복원한 자료를 기반으로 대본을 새롭게 구성했다. 한결 정제된 5막 버전에 비해 다소 거칠지만 날카로운 풍자가 살아있는 3막 구성의 <타르튀프>는 열린 결말로 보는 이들의 상상을 자극한다. 작품은 신앙에 깊이 빠진 부르주아 오르공의 가정을 신실한 성직자로 위장한 타르튀프가 파탄 내는 이야기를 통해 당시 종교인의 위선을 비판하는 동시에 인간을 편협하고 우둔하게 만드는 맹목적인 믿음에 신랄한 경고를 던진다.
이보 반 호프와 다수의 작업을 함께한 얀 페르스베이펠트가 무대와 조명을, 안 드하위스가 의상을 맡아 흑백의 대비가 돋보이는 간결한 미장센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두 차례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영화 음악계의 거장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이 어우러져 인물 간 심리적 긴장감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코메디 프랑세즈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와 이보 반 호프의 독보적인 연출을 확인할 수 있는 <타르튀프>는 2월 25일, 3월 3일 총 2회 상영한다.
※ 줄거리
기독교인의 완전함을 추구하는 부유한 오르공은 독실한 타르튀프를 가족의 영적 안내자로 맞이한다. 오르공은 그의 신실함에 속아 맹목적으로 신뢰하게 되고, 가족들의 불만은 점점 커진다. 한편, 독실함과는 거리가 먼 사기꾼 타르튀프는 오르공의 아내 엘미르에게 욕망을 품게 되고, 엘미르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다 오르공의 아들 다미스에게 발각되고 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