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에 맞서는 인간의 존엄, 이타 라이브 <더 닥터>
이타 라이브 <더 닥터>는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데 탁월한 로버트 아이크가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가이자 의사인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베른하르디 교수』를 재해석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이다. 현대 사회의 병폐를 탁월하게 그려내 평단으로부터 “인간의 마음 깊은 곳을 움직인다”(NRC) “오래도록 곱씨ㅂ게 만드는 압도적 작품”(텔레그래프) 등의 찬사를 받았다.
로버트 아이크가 협력 연출가로 활동한 런던 알마에다 극장에서 2019년 초연한 <더 닥터>는 이후 호주(2020)‧네덜란드(2021)‧오스트리아(2022) 등 세계무대에서 각기 다른 언어로 현지 관객을 만나며 거침없는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엔톡 라이브 플러스>에서는 아이크가 2019년부터 ‘입센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로 활동 중인 인터내셔널 시어터 암스테르담(ITA)의 배우들과 2021년 네덜란드어로 공연한 버전을 국내 최초로 상영한다.
<더 닥터>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독일어권 작가로 꼽히는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희곡 『베른하르디 교수』을 원작으로 한다. 아르투어 슈니츨러는 인간 내면을 탁월하게 해부한 작품으로 프로이트의 경탄을 자아낸 작가로도 유명하다. 로버트 아이크는 자신만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해 원작을 영리하게 각색했다. 유대인 병원장을 축출하려는 모략을 다룬 작품의 뼈대를 유지하되 배경을 현대로 옮기고 주인공 의사를 여성으로 바꿔 우리 사회의 모순과 그늘을 여과 없이 그려낸다.
작품은 임신중절 후유증으로 죽어가는 소녀에게 병자성사를 하려는 신부와 의사로서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이를 가로막는 뤼트 볼프의 대립으로 시작된다. 종교와 과학을 대변하는 둘 간의 논쟁은 주변 사람들과 얽혀 성별‧민족‧인종‧계급 갈등까지 확장되며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도 지켜져야 할 인간의 존엄성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등장인물의 인종과 성별을 뒤바꿔 캐스팅해 의도적으로 불협화음을 만들고, 주제 의식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낸 점도 흥미롭다.
힐데가르트 베히틀러의 미니멀한 무대, 효과적인 영상 활용과 함께 150분 동안 이어지는 치열한 논쟁은 관객에게 강렬한 몰입을 선사한다. 주인공 뤼트 볼프 역을 맡은 야니 호슬링아의 숨 막히는 열연이 돋보이는 <더 닥터>는 2월 26일, 3월 2일, 4일 총 3회 상영된다.
※ 줄거리
엘리자베트 병원의 유능한 의사 뤼트 볼프는 임신중절 후 패혈증으로 죽어가는 14살 소녀에게 병자성사를 하러 찾아온 신부를 막아선다. 의사와 신부의 논쟁은 미디어를 통해 생중계되며 사회적으로까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엄격한 원칙을 고수한 그녀의 행동에 수많은 종교와 이념적 공격이 쏟아진다. 예기치 못한 일로 병원에서의 자리가 점차 위태로워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