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밀러 걸작의 눈부신 부활, 엔티 라이브 <시련>

국내 최초로 상영하는 엔티 라이브 <시련>은 2022년 9월부터 11월까지 영국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최신작이다. 초연 직후 평단으로부터 “무결한 작품”(선데이 타임스) “아서 밀러 명작의 매혹적인 부활”(텔레그래프) 등의 호평을 받았다. 

현대 희곡의 거장 아서 밀러가 1953년 발표한 동명 희곡이 원작으로, 17세기 메사추세츠 주 세일럼 마을에서 실제로 일어난 마녀사냥을 다룬다. 매카시즘 광풍에 사로잡혀 무분별한 공산당 색출이 절정으로 치닫는 1950년대 미국의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맹목적인 집단적 광기가 어떻게 개인과 사회를 파괴하는지를 생생히 그린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를 던지고 있어 전 세계무대와 스크린에서 다채롭게 변주되고 있다.

영국 국립극장의 협력 연출가이자, 엔티 라이브 <햄릿>으로 2016년 국내 관객에게 소개된 바 있는 린지 터너가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 린지 터너의 <시련>은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절제되고 세련된 연출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토니상을 받은 세계적인 무대디자이너 에스 데블린은 물이라는 요소를 은유적으로 활용해 인물의 감정과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화려한 무대장치의 변화 없이 무대를 둘러싼 비가 폭포수처럼 바닥으로 떨어지며 장면 사이를 연결한다. 성스럽기까지 한 물의 장막 뒤로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힌 소녀들의 모습이 비치며 음울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에서 앤 공주를 연기한 에린 도허티가 사건의 발단을 주도한 10대 소녀 애비게일 윌리엄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영국 일간지 ‘이브닝 스탠더드’는 “에린 도허티의 눈부신 연기”라고 평했다. 엔티 라이브 <예르마> 등에 출연한 브렌달 코웰이 존 프락터 역을 맡아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되찾으려는 복합적인 감정을 완벽히 표현해냈다. 시대를 초월해 묵직한 울림을 주는 <시련>은 2월 24일, 3월 1일, 5일 총 3회 상영한다.

※ 줄거리

1692년 메사추세츠 주 세일럼, 청교도 마을의 숨 막히는 분위기에 억눌린 애비게일과 소녀들은 숲 속에서 춤을 추는 일탈을 벌인다. 권위적이고 욕심 많은 패리스 목사에게 우연히 이 모습을 들키자 두려움에 사로잡힌 소녀들은 악마에 홀린 척 연기하고, 작은 마을에는 걷잡을 수 없는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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